예전에는 한 번 내게 온 것을 놓아주는 게 쉽지 않아서 괜한 아쉬움으로 잡아두고 싶었던 적이 많았어요. 그런데 살다 보니 간다고 영영 가는 게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. 설령 영영 간다고 해도 의연하게 보내줄 수 있는 마음 근육도 이제는 조금 길러졌고요. 좋은 것일수록 좀 더 가까이 두고 내 것처럼 여기고 싶은데 그건 대부분의 경우 내 욕심이었더라고요. 그래, 이 정도 살았으면 이제는 봄이 가는 게 아쉽지 않습니다. 계절은 돌고 도니까.
사람도 계절과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. 요즘은 "나는 언제나 이 지역에 있는 사람이에요."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아요. 그만큼 어디 한 군데에 붙박이로 사는 것이 아닌 이 지역, 저 지역에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거든요. 이곳에 발붙이고 살진 않지만 계절처럼 왔다가- 다시 또 가고, 또 오고, 그러다 또 떠나는 사람들에게 아쉬워하지 않는 마음. 그런 마음도 지역에서 길러지고 있는 것 같아요. "또 올 거잖아? 그럼 그걸로 됐다."
덤덤해진 마음으로 봄을 보내주며 이번 호에서는 '관계인구'와 '밀양의 봄'에 대한 이야기들을 준비해 봤습니다. 조금은 멀고 느슨하지만, 오래 보는 사이가 될 수 있길 바라며.